최근 단지 주변의 부동산 분위기나 실거래가 데이터를 지켜보다 보면, 참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매 거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시장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전세가는 떨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죠.
어쩌면 지금의 평온해 보이는 시장 상황은, 진짜 안정기를 찾았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제도적, 심리적 요인들이 맞물리며 생겨난 일종의 ‘착시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데이터를 통해 이 조용한 시장 이면에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1. 갱신권이 불러온 조용한 시장, ‘매물 잠김’ 현상
아래 표기된 데이터를 보면 2024년과 2025년의 갱신율 차이가 꽤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4년은 우리가 모두 체감했듯 고금리의 여파가 매서웠던 시기였습니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많은 분들이 어쩔 수 없이 갱신을 포기하고 보증금을 낮춰 외곽으로 이사하거나 월세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흔적이 16.5%라는 낮은 갱신율에 담겨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총 계약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갱신 비율은 38.9%로 껑충 뛰었으니까요. 아마도 이사 비용이나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부담, 그리고 새로 구해야 하는 집의 전세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특히 아이들의 학교나 학원 문제로 거주지를 쉽게 옮기기 어려운 84㎡ 타입 거주자분들일수록,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현재의 집에 눌러앉는 ‘안전한 선택’을 하시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와 갱신을 하는 편이 유리할 테니,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매물 자체가 꽁꽁 잠겨버린 것이죠.
📊 연도별 임대차 계약 현황 (남양주시 특정단지 기준)
| 연도 | 총 계약 건수 | 갱신 계약 건수 | 갱신율 (비중) |
| 2022년 | 124건 | 45건 | 36.3% |
| 2023년 | 129건 | 39건 | 30.2% |
| 2024년 | 109건 | 18건 | 16.5% |
| 2025년 | 90건 | 35건 | 38.9% |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 가공)
2. 전세가율 80%, 든든한 지지선일까 아슬아슬한 경계일까
이처럼 매물이 귀해지다 보니 전세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가 6억 원대 초반인데 전세가 5억 원에 거래되는 등, 사실상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 전세가가 높으면 매매가를 탄탄하게 받쳐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이 80%라는 숫자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만약 매매가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뒷걸음질 친다면, 자칫 보증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위험 지대에 들어서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되기도 하거든요.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에 대한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아주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3. 눈여겨볼 변화, 전세의 은밀한 월세화 현상
이러한 위험성을 시장의 참여자들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융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집들은 대부분 순수 전세보다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조금 끼는 ‘반전세’ 형태로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온전히 지키고 싶은 세입자의 불안한 마음과, 목돈을 돌려줘야 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이자 비용을 충당하려는 임대인의 필요가 만나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계산해 보면 전세 대출을 받는 편이 이자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매 시장의 관점에서는 꽤 심각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매매가를 하단에서 받쳐주던 ‘높은 전세 보증금’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갭투자자들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전세 보증금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헐거워진다면, 결국 그 자금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 매물들이 언젠가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4. 하락은 지연되었을 뿐, 방향은 꺾이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보합세는 어쩌면 갱신권이라는 제도적 장치와 학군 수요의 보수적인 움직임이 만들어낸 ‘시간 벌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버티기에도 끝은 있는 법이겠죠. 보증금이 줄어드는 반전세가 늘어나고, 임대인들 중 자금 융통의 한계를 겪는 분들이 늘어나 결국 실거래가보다 낮은 ‘급매’를 던지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그때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하락의 에너지가 매매가를 끌어내리고, 이어 전세가 지지선마저 무너뜨리며 연쇄적인 물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장은 늘 우리의 예상보다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Q1. 지금 같은 시기, 전세와 반전세 중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까요?
A. 대출 이자와 월세 지출을 정확히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전세가율 80% 상황에서 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은 없나요?
A. 무엇보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Q. 3기 신도시 분양이 시작되면 주변 구축 아파트 전세가는 어떻게 될까요?
A. 신축의 높은 분양가가 구축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 왕숙 지구 신축 분양가 분석과 청약 포기 사례로 본 시장 심리] 글에서 향후 전세가 흐름의 힌트를 얻어보실 수 있습니다.
책이나 유튜브 속 장밋빛 환상이 아닌, 부동산과 금융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생존법을 기록합니다. 상가 운영과 실전 투자를 직접 겪으며 깨달은 ‘자산 방어 전략’과 숫자 기반의 팩트체크를 공유합니다. 잃지 않는 투자, 고정 비용을 통제하는 냉정한 안목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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